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연출됐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까지 수상하며 그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 영화는 비단 예술적 성취만으로 주목받은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획된 상상력, 디테일한 실행력, 관객 중심의 설계가 어떻게 현실적인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히 영화 제작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업가들에게도 매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내 사업을, 마치 영화 한 편 만들 듯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가?"
영화는 본질적으로 상상의 산물이다. 작가의 머릿속에 존재하던 이야기가 시나리오가 되고, 그 시나리오는 콘티로 시각화되며,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스크린 위에서 실체화된다.
<기생충>은 그 상상과 실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봉준호 감독이 모든 장면을 콘티로 시각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그림들은 마치 만화책처럼 정교하게 그려졌고, 촬영 전부터 감독의 머릿속에는 영화의 전체 흐름이 입체적으로 구성돼 있었다.

실제로 그는 시나리오를 2018년 1월에 완성하고, 같은 해 5월부터 4개월간 총 77회차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다. 135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3,000억 원의 매출이라는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업가 또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의 방식은 과연 얼마나 치밀하고 구체적인가? 많은 창업자들은 “이거 하면 잘될 것 같아서 시작했다”, “이전에 해본 적이 있다”는 과거 경험만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상상이지, 계획이 아니다. 콘티 없는 영화, 설계도 없는 건축처럼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영화 제작은 철저한 단계별 구조를 따른다.
이 모든 과정을 사업에 대입해보면 다음과 같이 매칭된다.
영화 제작 | 사업 개발 |
|---|---|
아이디어 개발 | 사업 아이템 구상 |
시나리오 작성 | 사업계획서 작성, 성공 시나리오 설계 |
예산 수립 | 자금 계획, 투자 유치 |
캐스팅 | 인재 채용, 파트너 구성 |
프로덕션 디자인 | 브랜드 콘셉트, 제품/서비스 UX 설계 |
촬영과 편집 | 실행과 피드백 반복 |
음향/마케팅 | 고객 경험 설계, 마케팅 및 세일즈 전략 |
이처럼 영화 제작은 단지 예술의 영역이 아니라, 고객(관객)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비즈니스 전략의 집약체다. 고객 중심적 사고 없이 만들어진 영화는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제품을 만들면서 “이 정도면 팔리겠지”라고 추측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객은 관객처럼 냉정하다. 감동받지 않으면 외면한다.
영화 제작자는 시나리오만으로 수십억의 자금을 유치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시나리오에 담긴 감동과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콘티 수준의 구체성, 시장성, 배우(팀)의 신뢰도, 마케팅 전략이 모두 어우러져야 투자자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아이디어에 투자하지 않는다. 구체화된 성공의 시나리오, 그것을 실현할 전략, 실행을 증명하는 팀의 이력과 의지, 그리고 회수 가능성에 투자한다. 그런데 많은 초기 창업자들이 이 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그냥 제품 하나 만들고 이메일 몇 통 보내면서 “투자해 주세요”라고 접근한다.
“나는 영화 한 편 제작하듯 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철학적인 성찰이 아니다. 실제로 투자유치에 성공하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의 실행 방식이 그렇기 때문이다. 성공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의 결과다.
영화감독은 시나리오를 통해 비전을 설계하고, 배우와 스태프를 이끌어 최고의 장면을 연출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흥행을 염두에 두는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영화는 ‘누가, 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상상과 전략이 수반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사업가도 마찬가지다. 창업가는 아이디어만 제안하는 창작자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검증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어내는 연출자이자 기획자, 그리고 마케터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고객의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으로 그려봤는가?
고객은 내 제품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낄까?
투자자는 나의 계획이 현실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는가?
나는 팀원들에게 내 비전을 명확히 전달하고 있는가?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그 ‘개인적인 것’이 예술이 되기 위해선 냉혹할 만큼 구체적인 설계와 수백 번의 반복이 필요하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비전을 말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고객이 감동하고, 투자자가 신뢰하며, 시장이 반응해야 진짜 성과다. 그러기 위해선 예술가처럼 상상하되, 감독처럼 시각화하고, 프로듀서처럼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영화 제작자처럼, 비전을 시각화하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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